수면마취 후처럼 시간과 공간의 깊은 괴리감을 느끼며 눈을 떴다. 눈앞에는 호텔의 낯선 천장이 어지럽게 일렁 거린다. 머리 속은 와장창 깨진 접시 조각같고 가스를 가득 담은 듯 더부룩한 위장의 불쾌감이 나를 짓누른다.
뇌의 회로를 겨우 이어내어 이 고통의 근원이 무엇인지 겨우 끄집어낸다.
어제 오마카세에서 페이링된 술들이 만화 캐릭터 처럼어깨에 손을 올린채 기차놀이를 한다. 5가지 이상의 술을 먹은 것다. 내 위장안에서 폭탄주처럼 멋지게 섞였을 것이다. 오히려 이 정도 숙취인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될 것 같다.
집이었으며 하루 종일 잠만 잤을 테지만 여행지의 시간은 모두 기회비용이다.
하지만 딱 1시간만 더 자자.!!
스르륵 다시 잠이 들었다.
생체시계가 그래도 문제 없이 작동해서 1시간뒤에 눈이 떠졌다. 머리와 몸이 훨씬 가벼워 졌다.
해장을 하러 츠케맨을 먹으로 가자.




여행책에 소개된 별 다섯 개 만점의 식당으로 향했다. 긴자역 근처의 고층 빌딩 지하 식당가에 라면 거리라는 곳이 있는데 그 곳 입구에 있다
.
라면거리는 여러개의 라면집이 모여있는 장소인데, 지하상가를 골목 컨셉으로 잡은 게 참 일본답고 정겨웠다.
츠케맨은 면과 국물이 다른 그릇에 나온다.
면을 집어 들어 국물에 찍어 먹는 방식이다. 국물은 기본적인 라면과 다르게 소스처림 찐득하다.
내 생각에 츠케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면의 맛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츠케맨 맛집은 면만 먹었을때도 그 고소한 맛과 감칠맛에 놀라게 된다.
하지만 이곳은 면은 별로 였다. 책에 소개된 별 5개 집인데 말이다.
가게 밖에 면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박스가 쌓여 있었는데 개별로 비닐에 쌓여있는게 면을 직접 뽑는게 아니라 기성품을 쓰는게 아닌가 싶었다.
면 자체에서는 정말 아무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소스는 그래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된장 소스인데, 한국인이 싫어할 수 없는 맛이다. 안에 고기도 듬뿍들어있고, 너무 짜지도 않고 된장밥같이 걸쭉하게 목안으로 타고 들어 왔다.
예전에 청담에 있던 중국집에서 된장짜장을 팔아서 즐겨먹은 적이 있는데 그 맛과 꽤 흡사했다. 이곳이 원조였을까?
밥을 시켜서 남은 국물에 밥을 비벼먹고 싶었지만 숙취로 인해 포기했다.
평정 4/5
어제는 참 여행에 미친것처럼 14시간을 돌아다녔다.
이건 여행이아니라 행군 수준이었다.
숙취로 인해 몸은 이미 녹초가 되었지만 여행의 하루는 일상의 일주일 만큼이나 아까운 시간이다.
헛되이 보낼수는 없다.
가볍게 오모테 산도라도 둘러보기로 했다.
오모테산도 역에 도착해 첫번째로 플라이 타이거라는 마켓으로 향했다. 책에서 추천했는데 막상 방문해보니 굳이 다른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지가 않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아무것도 사고 싶지 않은 상점이었다.
이것 저것 아기자기 한것 같은데 굳이..라는 생각이 든다.





쭉 둘러보고 조금 쉬기 위해 커피를 한잔 하러 갔다.

책에 소개된 곳인데, 젊은 여자 혼자서 운영하는 듯 했다.
라테스트라는 가게 이름과 동일한 커피메뉴가 있는데, 시그니처 메뉴이니 시켜보자.
카페라떼인데 얼음이 없는 냉 커피였다.
커피에도 최적의 온도가 있는 것 인지 기존에 먹던 어떤 커피보다 훨씬 진한데다가 얼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시원하게 느껴졌다.
근데 위스킨 잔만한 글라스에 양이 좀 아쉬워서 아껴먹었던 기억이 있다.
평정 3.8/5
오모테산도를 왔으니 오모테 산도 힐즈를 그냥 지나칠 수 는 없다.
건물내에 사선으로 된 복도를 걸으면 1층에서 5층까지 건물의 전부를 돌아볼수 있는 기막힌 구조로 되어있다.
최상층에는 음식점도 있고, 그 밑에는 여러 브랜드의 옷 가게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명품이었다.



섹시한 백발의 백인 중년이 모델인 포스터가 걸려 있는 옷 가게가 보였다. 과감히 들어가 보았다.
시착시테모 이이 데스까? 라고 묻자 점원이 지나치게 밝은 미소로 다가온다.
살거 아닌데… 괜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나에게 맞는 사이즈를 창고에서 따로 찾아 온다. 더 부담스러워 지고 있다.
옷을 입어보니 내 스타일은 아니다. 옷은 재질을 부드러워서 좋았지만 디자인은 난해했다.
에스키모 옷 같다고 해야 할까. 이런 고급 가게는 옷의 가격표가 잘 안보인다.
이쿠라데스까라고 물었는데 500만원이었다.
귀를 찌르듯 들어온 난해한 금액에 나는 최대한 표정관리를 했다.
이 정도 가격은 별거 아니라는 느낌으로 말이다. 살수 있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움직였다.
누가봐도 그 걸음이 어색했을 거다.
이제부터는 차라리 명품 브랜드에서는 가격을 묻지 말아야 겠다.
애초에 이런 곳을 찾는 고객은 가격 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보기 힘들게 가격 태그도 숨겨 놓는다.
가격을 물어보는 행동만으로도 이 옷을 사는 기존 손님과는 달라진다.
초짜 티를 팍팍 내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살 생각도 없으니 가격을 알아서 뭐 하겠는가. 조금 궁금하긴 하지만 ㅎㅎ
그 외에 가방도 구경 했는데 대부분 3백은 넘어가는 것 같다.
건물 중앙에 거대한 크라스탈 트리가 있다. 일정 시간마다 공연을 하는데 트리주위에 동그란 원들이 일렬로 줄에 매달려 있는데, 그 줄이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며 원들의 배열을 이러저리 움직인다.
단순한 기작이지만 굉장히 우하하고 신비스럽다.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도 한 몫하는 것 같다.
오모테산도에는 랄프로렌 전용 건물이 있다.
2층 건물이고, 랄프로렌 브랜드만 취급하며 랄프로렌이 운영하는 카페도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랄프로렌의 모든 제품이 있는 것다.
정장을 맞출 수 있는 테일러 샵도 존재했다.
랄프로렌은 내가 참 좋아하는 브랜드이다.
고급스럽고 신사적인 이미지가 있으면서 가격대가 넘사벽은 또 아니다.
단점이라면 매장마다 가격이 상이하다는 것이다.
아울렛같은 곳에서는 너무 가격을 후려치즌데 아무래도 품질이 의심스럽다.
개인적으로 비니가 옷장에 하나도 없었는데 맘에드는 물건이 몇개 있어서 집어들었다.
이것도 맘에 들고, 저것도 맘에들고, 어느덧 손에 비니만 5개.
집착을 버리자. 버려야 행복하다. 겨우겨우 2개로 추려 내었다.
하나는 짧은 비니라 가볍게 쓸만했고, 한 비니는 붉은색에 이마에 폴로라는 로고가 크게 박혀있고 약간 뉴진스 느낌이 났다.
온김에 장갑이나 목도리도 세트로 사서 부모님께 선물을 드리기로 했다.
그때 한 남자 직원이 친절하게 와서 대응 해주었는데 골라주는 목도리들의 취향들이 영 올드하고 별로였다.
뿌리치고 혼자서 구경하고 싶었는데 워낙에 친절하고 열정을 다해 주셔서 상처를 드릴 수 없었다.
시간은 걸렸지만 어떻게 어떻게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전달해서 목도리와 장갑을 구입할 수 있었다.
계산을 하려 보니 어느새 백만원을 훌쩍 넘었다. 액수가 커지니 직원들이 더 친절하게 나를 대해주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오야상노 프레젠토
부모님 선물이라고 하니 정성스럽게 포장을 해주겠다고 한다.
포장을 기다리는 동안 물줬는데 랄프로렌이 그려진 자체 제작 물이었다.
랄프로렌을 나와 길을 건너면 디자인 스토어가 나온다.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지하에 있는 매장을 한번 방문해보면 좋을 것 같다.










충분히 돌아 다녔으니 이제 점심을 먹으로 가보자.
다시 플라잉 타이거 마켓으로 이동했다. 그 근처에 돈까스 맛집이 있다.
책에서 소개된 곳인데 별점 5개인 맛집이다.

보통 일본의 맛집은 대기줄이 있는 편이고, 오후 3시에는 휴식시간이 있어서 방문할때 허들이 있는데, 이곳은 휴게시간 없이 계속 운영하기 때문에 대기 없이 바로 입장 가능 하다.
쉽게 입장했으니 맛이 좀 떨어지지 않을까 했는데, 웬 걸?
이번 여행에서 츠치한 카이센동 집과 더불어 투탑이 된 나의 미각을 감동시킨 최고의 돈까스 였다.
진정한 겉바속촉을 정의 했다고나 할까? 돈까스의 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 있을까 싶다.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아버리는데 아직도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엄청 기름진데도 불구 하고 느끼하지 않고 너무 고소해서 계속 입 맛을 당겼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가격이 아닐까 싶다.? 가장 비싼 세트를 시켰는데 5만원 정도했다.
돈까스 하나에 5만원이 넘다니 당신의 선택은?
나는 다음 일본여행에서도 꼭 방문할 예정이다.
평점 4.5/5
밥을 먹으니 피곤함이 몰려왔다.
지금은 오후 5시….
한끼 더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남은 일정을 생각했을때 야끼니꾸를 먹을 시간이 없다. 오늘 저녁에라도 먹어야 한다.
하지만 그때 까지 소화가 될까?
일단 호텔에 누워서 휴식을 취했는데 도저히 소화가 될 기색이 안보였다.
벌써 시계는 9시를 가르키고 있다. 더 이상 고민하면 가게가 모두 닫아 버릴 것이다.
일단 밖에 나와 30분을 서성였다.
속이 너무 더부룩하다. 과욕을 부리다 체하면 남은 여행 내내 아무것도 못먹을지 모른다.
갈까 말까 갈까 말까. 번뇌의 시간들.
그렇게 고민하면서 좀 걸었더니 트름이 나왔다.
점심에 먹은 돈까스 냄새가 그대로 느껴진다. 아직도 소화가 덜 된것이다.
그래도 트름했으니 좋은 신호로 봐도 괜찮겠지?
쓸데없이 강한 긍정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평점 4/5
숙소 근처의 야끼니꾸 집에 도착하니 벌써 시간이 10시다.
주방의 라스트 오더 시간에 딱 맞춘 것이다.
직원들이 조금 불친절했다. 영업마감에 손님이 왔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구세주 처럼 한국말을 하는 직원분이 나를 많이 도와 주셨다.
일본어 메뉴여서 멍 때리고 있었는데 정말 다행이었다. 그 분의 도움으로 5분만에 주문을 완료했다.
늦게와서 죄송하다고 하자. 눈치보지 말고 먹으라고 하신다.
일본에서 소혀는 꼭먹어야 겠지.
소금 양념이 되어있는데 조금 짜게 간이 되어 있어서 그닥 좋은 맛은 아니었다.
아까 직원이 메뉴 골라줄때 한국분들한테 추천 안한다고 한 이유가 있었다. 소혀가 문제가 아니라 소금 간의 문제일지는 몰랐지만 말이다.
나머지 양념된 소고기들은 역시나도 대 만족이었다.
일본 야끼니쿠 집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인당 기본 10만원은 나온다. 배터지게 먹는다면 20만원도 넘을 것 같다.
친절한 직원분이 야끼니꾸는 런치세트를 먹는게 좋다고 꿀팁을 주셨다. 일본 사람들도 대부분 런치세트를 이용한다고 한다.
큰 돈을 지불한 만큼 기분좋게 즐겼어야 했는데, 먹는 중간 속이 더부룩해서 남길뻔했다.
기름진 음식이다 보니 안좋은 속에 더 치명타를 가한 것 같다.
식사 중간중간 친절한 종업원이 계속 한국말로 대화를 시도 하셨다.
내일 저녁에 갈 술집 추천도 받고 말이다.
마지막에 자기 퇴근한다고 인사까지 하고 가시는데
이거 팁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내가 눈치 없이 구는 걸까 신경이 쓰였다.
팁을 드리는 건 어렵지 않지만 어쩐지 선의의 행동에 가격표를 매기는것이, 그 사람의 진심을 퇴색시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되다 보니 함부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그냥 밝은 미소 만이 내가 할 수있는 최선이었다.
속이 안좋아서 소고기를 재대로 즐기지 못해 아쉽지만 또 다른 내일의 태양을 위해 나는 숙소로 돌아갔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