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오를 하고 블로그를 작성하기로 했고, 바쁜 일과를 보내는 중에 짬을 내어 한시간 동안 작성한 글이 저장이 안되어서 몽땅 다 날아가 버렸다.
원고지를 불에 태워도 1분은 타들어 갈텐데, 디지털 세계에서는 클릭 한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
분노와 억울함이 복받쳐 오르고 모든걸 포기하고 싶었다. 아무일도 없던것 처럼 블로그를 시작해보겠다는 나의 몽니가 무색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10분을 가만히 앉아 있어나 보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면 다시는 이곳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차분히 눈을 감고 잔잔한 호수를 떠올렸다.
다시 시작해보자. 화이팅! 스타또!


공항이란 장소는 사막같이 건조해진 내 감정에서 유일하게 남은 설렘의 장소가 아닐까 싶다. 보통 사람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이른 시간 부터 저가항공을 타고 일본으로 출발 하지만 나는 여행이 공항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여유있게 공항에서 밥도 먹고 면세점 구경도 하는게 여행의 즐거움에서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다. 그래서 오후 3시의 늦은 비행기표를 예매했고, 차를 타고 여유있게 인천공항으로 드라이브를 했다.
나는 보통 터미널 2를 이용한다.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이곳을 사용한다. 터미널 1보다 이용객이 혼잡하지 않아 서두를 필요도 없고, 주차장도 널럴하다. 긴 여행기간동안 주차한 곳을 잊어 먹는 대참사를 막기 위해 항상 주차구역 사진을 찍어 놓는다. 터미널 2의 단점은 주차장과 공항이 멀어 버스를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항에서의 식사는 항상 바가지를 쓸 각오로 임해야 한다. 하지만 긴 여행시간 동안 한국음식이 그리울 수 있으니 꼭 챙겨먹는 편이다. 부대찌개 정식을 주문했고, 가격은 18,000원이었다.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국물도 얼큰하고 안에 들은 햄들도 식감이 탱탱해서 씹는 맛이 좋았다. 뚝배기 바닥에는 가느다란 당면도 있어서 젓가락으로 가득 들어 밥에 비벼 먹으니 진한게 한국의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이 정도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공항의 음식 수준이 이렇게 높아지다니 혹시 터미널2를 현대백화점 처럼 프리미엄 공항으로 내세울려는 건 아닐까?

탑승수속을 마치고 2시간의 비행 시간동안 테블릿을 꺼내 열심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부터 블로그를 작성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고, 그 동안 글쓰는 것에 전념하지 못한 부채감도 컸다. 오랜만이어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그동안 마음속에 응어리진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였을까? 쉬지 않고 키보드를 두드렸고, 내내 생쾌한 기분이 들었다. 착륙방송이 기내에 울려퍼지고 나서야 비행시간 내내 쉬지 않고 글을 적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난 항상 자판기의 음료수를 뽑는것 부터 일본여행을 시작한다. 일본에는 이런 작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상품들이 다양하다. 편의점, 드러그스토어, 자판기. 작은 것 하나 대충인게 없는 나라이다. 매번 새로운 음료수를 사먹는데, 이 말차 음료는 뚜껑을 따는 순간 내부에 분리되있던 말차가루가 풀어지면 물과 섞인다. 독특한 기믹이 재미도 주었고, 트렌드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요새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 관광공해를 앓고 있는 일본. 그 호황을 틈타 호텔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30만원을 주고 5평 호텔에 짐을 풀때면 알 수 없는 모욕감에 불쾌해지지만 이번 여행동안 쌓을 추억을 위해 참아보자.

늦은 밤 도착하니 긴자의 거리는 한산하고 문을 다는 가게들이 눈에 띄었다. 비행기에서 봐둔 음식점을 향해 급하게 서둘렀다.

호텔에 와서 이번에 새로산 소니 50mm렌즈로 거울샷을 한번 찍어 보자.

저장 잊지 말고,!!


이번 여행도 언제나 처럼 혼자이다. 연애를 해본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그렇다고 내 여행이 측은하거나 고독한 여행은 아니다. 나는 혼자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혼자서 무언가를 할때 사람들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 방면 선망과 부러움을 갖는 경우도 많이 봤다. 혼자 여행을 기회가 없어서라던지 두려움 때문이 라던지 시도도 못하는 사람도 많고 애초에 취향이 아니라는 사람도 있다.
혼자하는 여행은 호불호가 분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외로움만 증폭되는 경험일 수도 있다.
어떤 사람에게 혼자하는 여행이 찰떡일가?
혼자서 산책을 하면 사색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작고 소소한 성취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려가 많은 사람도. 혹시 착각할 수 있는게 혼자있는 것을 좋아하는 I 성향이라고 해서 혼자 여행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뭐 적성에 맞지 않더라도 한번 쯤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자신을 돌아볼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할말이 더 많아서 이곳에 담기는 아쉬우니 추후에 따로 글을 적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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