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는 도쿄의 맛집을 정복해 보겠다는 야심으로 시작했는데, 여행의 절반이 흘러가는 지금 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느끼고 좌절했다.

아직 돈까스도 못먹었고, 야끼니꾸도 못 먹었다.
편의점 음식 까지 생각하면 마치 우주의 무한함을 대하는 인간의 무력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최악의 순간에도 인류는 희망을 잃지 않지 않은 존재 아닌가?
포기란 단어는 날려버리자.
일본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카이센동 부터 시작하는 거다.

한국에서는 아직 카이센동 만큼은 본토의 그 맛을 따라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 와야지만 본연의 맛을 재대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내게는 빠져서는 안될 메뉴이다.

여행책에서 소개한 츠지한이라는 도쿄역 근처의 카이센동 가게. 구글맨의 댓글을 확인하니 대기시간이 꽤 길다고 한다.
도착하니 역시나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에 한국분들도 많아서 여기가 일본인지 의심스러웠다. 정확히 1시간 정도 대기를 했는데, 점심 시간을 피해서 간다면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내부에 들어서니 10개 정도의 테이블이 있는 조그만 식당이었다.
돈도 많이 벌었을텐데 가게좀 확장했으면 좋았을텐데, 작은 가게로 영업을 유지하는게 일본의 특색이라면 특색일 수 있겠다.
일하는 분이 7명정도인데, 손님반 직원반인 가게이다.
기다린 만큼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밖에서 대기줄에서 미리 주문을 받았기 때문에 패스트푸드 처럼 음식은 금방 나왔다.
사이드로 땅콩소스가 뿌려진 참치3점이 나왔다. 낯선 비주얼이지에 젓가락질이 망설여 졌다.
조심스럽게 한입 들어 입어 넣어 보았다.
고소한 땅콩버터와 신선한 회가 부드럽게 씹힌다.
초장이나 간장이 아닌 땅콩소스도 이렇게 회랑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식욕을 매우 돋구는 훌륭한 에피타이저가 되었다.
이곳의 카이센동은 특이하게 회를 아주 잘게 썰어서 밥 위에 올려준다.
처음에는 회의 씹는 맛을 느낄수 없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수저에 한가득 밥과 회를 담아 입안에 쏘옥 넣었다.
양념된 밥의 짠맛과 산미, 김과 고소한 깨, 작고 균일한 회 조각들이 밥알 사이 사이 침투해가며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져 나간다.
회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밥알의 크기와 더 어울려 버렸다고 해야 하나.

안성재도 극찬할 맛이다.

재료의 각각의 맛이 뚜렷히 느껴지다가 부르럽고 조화롭게 섞여 입안에 골구로 퍼지면서 스면든다.

이 감각이 너무 좋아서 한수저 한수저 퍼먹을때 마다 음미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보이는 빈 그릇을 보게 된다.

양이 좀 아쉬운데 라는 생각이 들때쯤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수프 오네가이시마스.

그릇을 내밀며 점원에게 부탁해보자.
빈 그릇에 푹고운 도미 국을 담아준다. 밥도 부족하면 더준다.
국은 아주 진하고 담백해서, 따로 메뉴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밥과 국. 한국인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조합이다.

대기를 하는 음식점이라고 항상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이 곳은 한시간이 아깝지가 않은 곳이다.

이 근처를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꼭 가봐야할 음식점이 아닐까 싶다.

단연코 이번 여행에서 남바완 음식점이었다.

평정 4.8/5

평가: 5/5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행복해~.

배도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쇼핑을 갈 시간이다.

일본의 쇼핑은 시부야로 대표된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은 체력전이 될것 같아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왔다.

도쿄의 시부야를 탈탈 털어보자.

전날 구글 지도에 내가 가야할 편집샵을 빽빽히 기록했다.

촘촘하게 박힌 수많은 포인트들을 보니 걱정부터 된다.

오늘 다 방문 할 수 있겠지?

스스로 가학적인 스케줄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느낌이다.

필히 어떤 옷을 구매해야 겠다고 정한 것은 아니다.

많이 보고 입어 보며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패션의 능력치라는 게 레벨업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머니는 한정적이니까. 항상 구매는 신중하게 접근하자.

시착쿠시테모 이이데스까?(옷을 입어봐도 될까요?)

이 한 문장이면 일본에서의 쇼핑 준비 끝이다.

시부야 역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bape라는 매장부터 방문하기로 했다.

밀리터리와 힙합을 적절히 섞은 느낌의 옷이 주류 였다.

평소에 접하지 못할 스타일의 옷이 많아서 호기심이 생겼다.

패션인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려면 새로운 옷도 구매해 볼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구경하던 중에 그나마 조금 무난해서 출근룩으로도 입을 만한 청 데님 재질의 티와 남방을 시착해보았다.

옷을 입고 거울에 서보니 제법 좋은 것 같았는데 뭔가 미묘하게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정확히 말로 설명하긴 힘들다. 어떤 감각이 있다.

그래서 옷은 꼭 입어보고 사야 한다. 촥 감기는 느낌이 있다.

가격대도 한벌에 30만원 씩이다. 이제 막 쇼핑을 시작했는데 옷 2벌에 60만원을 태울 수는 없으니까. 다른 곳도 둘러 보기로 하자.


그 다음 목적지는 파르코 백화점. 그닥 눈에 들어오는 것 없어 빠르게 패스 했다. 


그 다음 aape 매장은 베이프의 하위 브랜드인데 조금 더 캐주얼한 느낌이 있었지만 직원들이 뭔가 자기들끼리 노닥거리느라 나에게 신경을 전혀 안쓰는게 불편했다. 손님은 왕이다! 하하. 사실 옷이 그닥 맘에 드는 게 없었다. 

그 다음 Ships는 가게에 손님이 너무 없었다. 핫하지 않은건가 하는 의심이 들어 바로 나오게 되었다.

그 다음은 freaks store로 들어갔다. 나름 포멀한 옷들이 많다.

라운드 박스티가 하나 필요했는데, 마침 맘에 드는 옷 보였다.

약간 구제 느낌의 남색 데님티셔츠, 오묘하게 광택이 들어가 있어서 너무 평범하지 않아서 좋았다. 목부분은 약간 느슨해 구제 느낌도 난다. 한달이 지나가는 지금도 가장 잘 입는 옷이다.

이 매장의 평균 가격대는 5만원에서 10만원 정도로 굉장히 리저너블하다. 기쁜 마음으로 3~4벌의 옷을 질러버렸다.

자자 시간이 없다. 그 다음은 마가렛 매장이다.

꽃무늬 남방이 보인다. 옷이 부들부들한게 비싸보여서 가격표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도저히 보이지가 않는다.

옷속에 꼭꼭 숨겨둔 명찰을 꺼내 보니, 8만엔이라고 적혀있다.


적잖이 당황했다. 하필 그때 점원이 말을 걸어왔는데 침착하게 웃어 보이며 부자인척 했다.

여유 있는 남자의 모습을 잃지 말자. 남자는 자신감이다.

괜히 이런 곳에 오면 자존심때문에 그냥 나가지 못하고 옷을 하나씩 구입하게 되는 것 같다.
40만원짜리 스웨터를 하나 구매하고 말았다.
Calm하고 다크한 느낌의 브라운 스웨터이다.
브라운 이라는 색상은 약간의 차이많으로도 다양한 분위기를 분위기가 난다.
이 옷은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브라운이었다.
그래서 다음날 부터 일본 여행 내내 이 옷만 입고 다녔다.
지금은 세탁을 잘못해서 보풀이 많이 생겼다. 스웨터는 웬만하면 세탁하지 마시길…

그 다음은 프라이틱 스토어 도쿄

집에서 재활용으로 쓰던 플라스틱 백이 생각나는 가방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무려 40만원대 정도 한다.

세상에 별에 별게 다있구나 하는 경험을 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그 다음은 클락스 오리지널

신발가게이다.
자신만의 제품이 있는 듯.
일본와서 느낀 거지만 신발을 굉장히 크게 신는게 유형이가 보다 옆으로 뚱뚱한 형태인데 그 모습이 독특하다. 신발을 사려했지만 다양하게 코디하기에 너무 독특해서 포기.

이번 여행을 10일이라는 장기간이다 보니 속옷이 좀 모자라서 일본에서 구매하기로 했었다. 마침 켈빈클라인 속옷 전문점이 보여서 들어갔다.

이곳은 캘빈클라인 라인에서도 속옷만 취급하는 곳이다.

생각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경직되어서 두리번 거리고 있었는데 점원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목구비가 작고 피부가 하얀 여자였다. 몸도 굉장히 외소했는데,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도시 적인 느낌보다 순수하고 목가적인 느낌에 보호해주고 싶다는 느낌을 들게하는 여성이었다.

미인계를 쓰다니 합리적인 소비를 하기는 글렀다고 생각했다.

빨리 연애를 해야지 이런 구속에서 벗어날 듯 싶다.

진열대에서 천천히 제품들을 둘러 보았다. 낯선 여자와 같이 내가 입을 속옷을 같이 고른다는 게 너무 야릇한 기분이었다.

하필 그녀는 왜 이렇게 친절해서 내 마음을 흔드시는지, 팬티만 구입하려 했는데 다른 상품과 함께 구매를 추천하는 그녀의 바램을 이루어줄수 밖에 없었다.

여자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싶은 것이 남자의 마음 아니겠는가?

결제를 하고 보니 20만원이나 썼다. 영수증에 연락처라도 적어주세요. ㅠㅠ

그녀와의 아쉬운 시간을 마무리 하고 쿨하게 매장을 나왔다.

이제 쇼핑은 거의 마무리가 되었고, 하라주쿠로 가다가 건너편에 있는 햄버거 가게 하나가 눈에 띄었다. 여행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 곳이었다.

일본에서 보통 일본의 음식만 접하게 된다. 시간이 촉박하니까. 하지만 일본에서 먹는 미국식, 유럽식 레스토랑의 음식도 상당한 퀄리티를 자랑한다는 글을 보았다..

이번 기회에 햄버거를 한번 먹어봐야 겠다.

여행의 묘미는 언제든지 맥주 한캔을 들이킬 수 있다는 것 아닐까?

1층 테라스의 목 좋은 곳에 혼자 앉아 맥주 한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눈 앞에 펼쳐진 이국적인 일본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낭만이라는 비에 흠뻑 젖는 것 같다.

낭만이란 배를 타고 떠나갈꺼야~

점점 어두워지는 거리. 하나둘씩 켜지는 거리의 조명들. 차갑고 쓸쓸한 바람이 이제 곧 겨울이 온다고 나에게 말해준다.

턱을 괴고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저 사람들도 모두 자기의 인생을 살아가겠지.

하나 하나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말이다.

지나가는 연인을 볼때는 씁쓸하기도 했지만 극복 가능한 외로움은 낭만 같은 거니까.

햄버거의 맛은 한국에서 먹던 쉑쉑버거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듯 하다.

조금 다른 부분은 빵을 잘 구워서 바삭하면서도 속을 쫄깃한 느낌이 든다.

고기는 조금 질긴 부위가 있지만 맛있는 편이다.

케찹기반 소스여서 내 스타일에도 맞았다.

평점 3.8/5

평가: 4/5


이제 다시 하라주쿠로 가보자. 쇼핑을 너무 열심히 했더니 몸이 많이 지쳐서 발걸음이 무겁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곳이 그 유명한 히라주쿠 거리이다. 3년전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때의 하라주쿠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특색을 잃어버렸다고 해야 될까? 예전에는 가장 도쿄스럽고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이나 독특한 패션의 사람들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노란색 머리의 외국인만 보인다.

가볍게 하라주쿠 골목을 걷다가 도큐 플라자 히라주쿠라는 빌딩에 가보았다.
책이나 유투브에서 추천을 했어 가기로 했다. 외관은 멋졌지만 내부는 종잡을 수 없었다.
쇼핑몰도 아니고 푸드코트도 아니고, 규모도 생각보다 작았다.
4층에서 5층의 가든은 전망을 보거나 휴식을 취하기는 좋아 보였지만 특별함은 없었다.

밤이라 조금 추워지는데도 녹차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먹었다.

녹차 아이스크림하면 일본 아닌가? 꼭 하나 정도 먹어주도록 하자.
큐브 모양의 떡의 식감이 너무 부드럽고 좋았다. 아이스크림도 완전 진했다.
녹차 아이스크림은 특유의 쓴맛이 나는데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쓴맛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시부야의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 근처, 지나갈때 마다 긴 줄이 서 있던 모리 라멘야를 찾아갔다. 나도 이번에는 줄을 서서 한번 먹어봐야지.


숙성 간장 라면과 매운 미소라면이 시그니처 메뉴였다.
하나 밖에 먹지 못한다. 최선의 선택을 하기위해 두뇌를 풀가동 했다.
소유라면을 먹어보자!

식당의 직원들은 전부 2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이랏샤이마세하고 외치는 목소리가 아주 우렁차고, 직원들 모두가 활기가 넘쳤다.

대부분의 손님이 서양인인게 조금 특이했다.

술도 하나 시켰는데 조그만 병에든 사케였다.

라면은 크게 맛있지는 않았다. 알단테 스타일로 조리한건지 면이 너무 딱딱하게 느껴졌다. 줄을 설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소라면을 먹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맛없는 음식을 먹을 시간이 내게는 없다.

평점 3/5

평가: 3/5

늦은 시간
이제야 호텔에 도착해 숙소에 몸을 뉘었다.
몸은 지칠대로 지쳐 침대위 축하고 가라 앉는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정신만은 각성되어서 점점 뚜렷해졌다.
집착과 욕망이 나를 지배하고 있는 기분이랄까.

나 지금 여행을 잘하고 있는 걸까?

어느때보다 뚜렷한 목적을 세우고 시작한 여행. 쇼핑과 음식.
계획 대로 하나하나 체크리스트를 지워가고 있는 데 왜 불안하고 걱정이 되는 거지?

벌써 여행의 절반이 지났는데, 바쁘던 일상속에서 도망치듯 시작한 여행이 잘 못 되었던 것일까?

나는 두려워 지기 시작했다.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마침 유투브에서 허준이가 나왔다. 유재석과의 인터뷰에서.

열심히 하려는 그 욕심이 모든 것을 망친다는 경험에 우러나온 조언을 시청자에게 건냈다.

왠지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나는 실패가 두려운 나머지 이번 여행을 치열하게 이어나가고 있는지 모른다.

깊은 깨달음과 함께 지금이라도 변해야 겠다는 각오가 필요했다.

실패라는 두 글자에게 나에게 다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절대 마추지면 안될 범죄자 같은 녀석에서, 평생 함께 해야할 친구로 말이다.

그래, 내일 부터 실패하자!

실패를 목적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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